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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단 조상에 거적 자손'이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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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방활력연대 작성일 24-03-22 15:16 조회 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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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조상에 거적 자손

 

사찰토지 개발, 질서가 요구된다

 

시론 윤남진

월간 해인 202403505

 

'비단 조상에 거적 자손'이라는 말이 있다. 조상은 훌륭한데 그 후손들은 볼품 없음을 빗대어서 하는 말이다. 얼마전에 내가 마음으로 모시고 있는 한 주지 스님에게 이 속담을 처음 들었다. 한국 불교와 종단의 현실을 개탄하는 마음으로 참담하게 내놓은 말이리라.

노래방에 가면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종종 \'한국을 빛낸 백 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본다. 노랫말 속에는 많은 역사적 위인들이 있는데, 종교로 볼 때 큰스님들이 단연 일등이다. 그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많은 회한이 든다. 처음에는 \'역시 우리 민족은 불교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이 생각에 자못 쑥스럽다. 비단 조상에 거적 자손! 그 말이 바로 맞는 것이 아닐까.

 

비단 조상, 거적 자손

우리 해동불교의 선조들은 후손들에게 많은 정신적 물질적 재부를 남겼다. 불교가 우리 민족에게 끼친 영향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여러 큰스님들과 대원력을 가진 재가 불자들의 활약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언제나 첫 자리에 있었다. \'숭유억불\' 정책이 시종일관 강제된 조선시대에도 불교는 민의 삶 속에 희망으로 녹아 있었으며, 비록 해방 이후 적산불하 과정에서 유실된 부분이 많으나 상당한 토지와 재산을 남겨 주었다. 그리고 수많은 문화유산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해방 이후 한국 불교의 역사는 실로 재산 망실과 소송의 근현대사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많은 분란을 겪었다. 이제 94년 종단개혁을 거치면서 비단 조계종뿐만 아니라 전체 불교계가 참신하게 개혁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몸부림 치고 있는 듯하다.

 

교단 경제 구조 변화

그러나 불교계의 이러한 움직임을 모두 좋은 일이라고 하기에는 우려되는 점이 너무 많고 간과하고 있는 점이 많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사찰의 개발 문제와 사회 사업의 문제라 생각된다.

한국 불교 특히 조계종은 교단 경제 구조에 있어서 중대한 변화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과거와 같이 제사와 기도라는 기복적인 신행 행태를 매개로 해서 생기는 수입으로는 현대사회의 변화를 따라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기독교처럼 신도들에게 \'십일조\'를 요구할 수 있는 종단 구조도 못된다. 왜냐하면 의무를 지우기 위해서는 마땅한 권리를 주어야 하는데 목사를 신도들이 갈아치울 수 있는 기독교처럼 불교에서는 그것을 허용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또한 수많은 분규로 불신이 가중된 상태에서 한 스님 개인이 아닌 종단에 의무적으로 회비를 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도 문제이다.

 

사찰토지 개발은 자본화

그래서 사원 경제의 운영자들은 \'묘수\'를 하나 발견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사찰토지를 매개로 한 개발 사업\'이다. 현재 겉으로 드러난 부분은 없지만 많은 사찰에서 \'조상들이 물려준 토지\'를 활용하여 개발 사업을 벌이려는 계호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놀고 있는 땅을 활용하여 개발 사업을 벌이려는 생각을 막을 수는 없을뿐더러 개발 사업이 필요하기까지 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개발 사업이든 무엇이든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라는 점을 명심하고 그 전제 조건을 갖추어 가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본주의는 쉽게 말해서 \'자본(그냥 돈이 아니라 새끼 치는 돈)이 주인 노릇하는 사회\'를 뜻한다. 그러니까 자본의 생리는 당연히 \'이윤추구(새끼 치는 것)\' 라고 아니할 수 없다. 개발 사업이란 결국 \'근대적(자본주의적) 사원 경제\'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며, 그것을 하나의 시대적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백 번 양보해서 개발을 하고자 해도 최소한 자본의 논리에 적응할 수 있는 자기 준비가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종단의 전근대적 행정 체계와 재무 관리 능력으로는 결국 십 년 또는 이십 년 뒤에 자본가(기업가)에게 속주머니를 다 털리게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행정 쇄신, 법제 정비 절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갖가지 대형 참사와 부정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 원인을 전근대적인 내용이 오히려 온존, 강화되어 왔던 독재 논리에 형식적인 자본의 논리가 결합되어 나타난 악폐라고 지적하고 있다. 곧 오랜 기간의 군사 통치에 의해 진정한 전근대성의 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도 \'개발독재, 근대화 논리\'를 극복, 청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는 조적에 처하게 된 것이다. 종단은 이러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애당초 종단 행정 쇄신과 재무 관리의 투명화를 이룰 수 있는 법제의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개발을 함에 있어서 외부 자본에 종속되지 않도록 연차적인 계획을 세워 최대한 내부적 자본이 우위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모재벌 기업에서는 전국 사찰의 지적도를 놓고 개발에 대한 경제성 여부를 검토했다는 말도 있다. 기업의 수준을 지금 종단은 능가할 수 없다. 그러니 최소한 행정 쇄신과 법제의 정비를 통하여 종단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게끔 하기 위한 \'협상준비태세\'는 갖추어야 한다. 기업의 이윤이 \'\'이라면 종교 단체의 이윤은 \'사회적 권위\'가 아닐까. 이 두 가지 다른 이해 관계가 부딪힐 때 최소한 손해를 보아서는 곤란할 것이다. 왜냐하면 \'권위\'의 훼손은 돈과 바꿀 수 없는 종교의 존립 그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변화를 중심에

사원 경제 구조를 바람직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종교 단체의 목적과 사명에 맞는 \'경영\'을 개발해야 한다. 종교 단체의 목적은 \'사람은 살리고, 사람을 변화시키는데\' 있다고 본다. 그러니 모든 개발 사업과 종단의 경제 문제도 결국 사람을 키우고 변화시켜, 그러한 바람직한 사람의 관계가 \'\'을 지배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지만 곶감을 마드는 일을 누가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지 않는다면, 불교 교단이 미래에 \'거적 조상에 거적 자손\'이라는 말을 듣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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