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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참척 겪어낸 큰선비 김인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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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방활력연대 작성일 22-08-22 10:00 조회 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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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에서 김인후는 산림에 묻힌 자신의 한가로움과 이미 고관 지위에 오른 서울 친구의 풍족함을 비교했다. 그는 시골 살림살이가 보잘 것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위 조희문에게 벼슬을 줄 수 있다면 자신의 말년이 평안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슬며시 암시했다.

 

선비의 길로 정진하라

 

물론 김인후도 잘 알고 있었다. 가문의 전통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아들과 손자를 통해 이어져야 할 것이었다. 이런 유교적 통념을 무시할 리 없었다. 그는 애지중지 키운 두 아들에게 다음과 같이 짧고 분명한 가르침을 줬다.

 

뿌리와 가지는 기운이 서로 통한다네. 얼마나 근고하여 이 가풍을 세웠던고. 그대들은 공부하고 몸을 닦아 이어가야 하나니! 백공(온갖 기술자)도 대대로 기궁한다(부자가 이어나감)더라.

 

-하서집 2130

 

먼저 그는 조상과 자손은 기맥이 통한다는 유교적 교훈을 명시하고, 선비 가문의 전통을 세우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고백했다. 그러고는 간절한 마음으로 두 아들에게 부탁했다. 부디 대를 이어 학문에 힘쓰라, 곧 선비의 길로 일로매진하라는 말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실천에 힘쓴 도학과 절의의 길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말라며 간곡히 당부했다.

 

훗날 송시열은 김인후의 학문과 실천적 삶에 관해 이렇게 언명했다. “이 나라의 여러 큰 선비들은 도학, 절의, 문장에 저마다 등급의 차이가 있었다. 이 셋을 다 지니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하늘이 우리 동방을 아끼시어 하서 김 선생(김인후)을 내셨도다. 그분만이 이 셋을 모두 갖추셨다.”(하서집 3202)

 

오직 선비의 길로 정진하라는 김인후의 훈계는 거듭됐다. 때로 그는 지극히 실천적인 계명을 줬다. “늘 말조심하고, 술조심하고, 성적 방탕에 빠지지 말라”(하서집 2142)는 것이었다. 오직 주자와 정자의 가르침에 따라 성리학에 매진하라는 이념적 지향을 제시하면서도 일상의 사소한 언행에 방점을 찍었다.

 

이러한 훈계는 상당한 효과를 봤다. 김인후의 자손들(울산 김씨)은 선비 사회에서 차츰 두각을 나타냈다. 그들은 고봉 기대승(행주 기씨), 제봉 고경명(장흥 고씨) 및 고산 윤선도(해남 윤씨)의 자손들과 더불어 호남 최고의 선비 가문이 됐다. 전통은 근대까지 쭉 이어졌다. 대쪽 같은 성품으로 삼권분립을 위해 노력한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언론·교육 및 경제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촌 김성수, 수당 김연수 형제도 그 후손이다.

 

자녀에게 한없이 자상하고 따뜻했던 아버지 김인후. 그가 세운 가문의 전통은 시대의 격랑을 뚫고 실로 오랫동안 유지됐다.

 

[출처] 조선의 아버지들 / 역사와사

지은이 백 승 종

 

1957년 전북 전주 출생

 

독일 튀빙겐대 철학박사

 

서강대 사학과 교수, 독일 튀빙겐대 한국 및 중국학과 교수, 독일 막스플랑크 역사연구소 초빙교수, 프랑스 국립고등사회과학원 초빙교수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저서 : ‘백승종의 역설’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금서, 시대를 읽다’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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