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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자발적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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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방활력연대 작성일 22-04-27 18:45 조회 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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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자발적 노력

2022.04.27. 동아사이언스

 

오래도록 우려하던 메가톤급 태풍이 드디어 대학가에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교수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이내에 전국의 385개 대학 중 190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9만 명이 넘는 교수의 수도 30년 전 수준인 5만 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반값 등록금에 의한 고질적인 재정난 때문에 시작되는 일이다. 올해 출생한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는 시점에 교육과 학술연구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지역 소멸의 가능성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의지와 혁신 능력을 갖춘 대학만 생존할 수 있는 힘든 상황이다.

 

대학의 절박한 몸부림

 

전국의 대학들이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빠르게 줄어드는 학령인구를 갑자기 늘일 수도 없다. 놀라운 경제 성장을 거듭했던 1990년대에 우후죽순처럼 세워놓았던 대학을 정리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자칫하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대학마다 입장이 제각각이다. 모든 대학이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의 자발적인 자구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자발적인 노력보다는 정부가 대학을 구제해줄 것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전국 거점국립대학들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매달리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10개의 거점 국립대를 모두 서울대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투자와 관심을 법제화하는 국립대학법을 제정하고, 공공기관에 채용의무제를 확대하고, 무상 등록금제와 지역 연구개발 강화 등 4대 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 구조를 탈피하고, 지역 특성화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10개의 거점 국립대에만 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서울대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도 없다. 현재 대학에 대한 투자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대의 현실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더욱이 정부가 예산을 쏟아 붓기만 하면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거점국립대학만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해야 할 이유도 없다. 유능한 인력과 훌륭한 연구·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는 사립대도 많고, 과기부가 운영하는 과학기술원도 연구중심대학의 후보군에서 제외시켜야 할 이유가 없다.

 

사립대는 정부가 지원해주는 공영제에 집착하고 있다. 본래 사립대의 공영제는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원회에서 불합리한 대학 입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정부가 규모가 큰 상위권 사립대의 교수 인건비를 부담해주는 대신 학생 선발권을 포기하도록 만들어서 대학의 입시 경쟁을 완화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실제로 사립고등학교에 적용되고 있는 제도를 흉내 낸 것이었다. 과연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기 위해서 학생 선발권을 포기할 상위권 사립대가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중하위권 사립대를 공영제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평생교육이 대학 위기를 극복하는 출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 모양이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고려한 대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생존이 불확실한 현재의 대학이 기성세대가 만족할 수 있는 평생교육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말초 신경만 자극하는 길거리 인문학이나 쉽고 재미있는 과학으로 채워진 평생교육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적극적인 자구책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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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제공

 

올해부터 의생명학과방사선화학과로 개편한 인제대학교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질의 합성과 물성을 공부하는 전통적인 화학분야의 교육에 방사선 응용을 핵심으로 하는 원자력응용공학을 연계해서 이학사와 공학사 학위를 함께 취득하는 진정한 융합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화학은 물질의 정체변환을 연구하는 중심과학이다. 화학이 없는 현대 과학은 상상을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물리학이 자랑하는 물리법칙도 물질이 있어야만 그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현대의 생명과학도 유전물질에 대한 화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고전적인 생물학을 발전시킨 결과다. 이제 화학은 우주·자연·생명의 역사를 읽어내는 일에도 활용되고 있다.

 

화학은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 산업과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건강하고, 안전한 현대 인류의 삶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실용과학이다. 심지어 화학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정보기술(IT)도 화학적으로 개발한 반도체가 있어야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화학으로 실현된 물질적 풍요가 없었다면 인권과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현대의 자유·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화학의 영역은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넓다. 물질의 정체와 변환에 숨겨져 있는 자연법칙을 연구하는 분야도 있고,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화학적 기술을 응용하는 분야도 있다. 화학적 기술을 응용하는 분야의 다양성도 놀라운 수준이다. 현대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상품에 화학적 기술이 활용된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화학과 관련이 없는 분야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화학의 넓고 다양한 분야를 모두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모든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만물박사의 꿈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실제로 모든 것을 공부하겠다는 노력이 아무 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진단이나 항암치료 등의 의료 분야는 물론이고 구조물의 비파괴 검사나 가공식품의 살균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적 응용성이 있는 방사선 화학이 화학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적 직무 역량을 강화하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 취급 일반면허(RI)와 방사선 취급 감독자 면허(SRI)를 비롯한 방사선 안전관리자 국가면허가 학생들의 취업 가능성을 보장해줄 것이다.

 

정부가 모든 대학을 구원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대학 차원에서의 적극적이고 개혁적인 위기 극복 노력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취업 절벽에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안겨 수 있는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블루오션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에서 미래를 찾으려는 청년들을 감동시킬 수 있고, 진정한 평생교육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대학의 교수 인력과 시설에도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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