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민 전주대학교 교수

 

저출산 고령화는 인구 문제의 핵심이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자녀를 출산하면 한 명당 1억 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부영그룹이 직원들에게 자녀 출산 장려금을 1억 원씩 지급하기로 한 것이 이 조사의 발단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도 자녀 출산 장려금을 1억 원씩 지급하는데 정부가 이 정책을 실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금년 2월 출생아 수는 19,362명으로 2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다. 2월 기준으로 2020년에는 출생자가 22,759명이었다. 4년 사이에 월간 출생자 수는 3,393명 줄어들었으며, 이는 약 15% 감소에 해당한다. 저출산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 속도도 매우 빠르며 이는 이미 심각한 국가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저출산 대책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재정 지원이다. 이미 정부는 출산지원 휴가금, 아동 수당, 어린이집 보육료 등을 포함하는 가족복지 공공사회 지출로 매년 30조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총생산 대비 1.6%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OECD 평균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재정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며 따라서 더 많은 재정을 지출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또 다른 대책은 이민을 활성화하자는 주장이다. 어차피 국민이 자녀 출산을 획기적으로 늘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부족한 인구, 특히 경제활동인구는 외국으로부터의 이민을 활성화함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인구 문제를 단편적으로만 보는 시각이다. 인구 문제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개입된 총체적 문제이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출산율이 높은 나라는 국민소득이 낮거나 정부 재정 지원이 부족한 국가들이다. 이는 재정 지원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민 역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외국으로 이민 가는 사람이 이민 오는 사람보다 더 많다. 이민을 유치하는 것보다 이민 가는 국민의 수를 줄이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자녀 양육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비용에는 경제적인 비용을 포함하지만 더 큰 비용은 사회적, 심리적 비용이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녀를 남부럽지 않게 길러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유치원 선택이나 조기교육, 아이들이 입는 옷이나 심지어 타고 다니는 유모차까지 남보다 처지지 않아야 한다. 자녀는 학교생활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어야 하며, 공부를 잘 하지 못하면 특기 교육이라도 남다르게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의 우수한 학교생활과 명문대학 입학은 부모의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자녀의 결혼조차 남부럽지 않아야 한다. 배우자 선택과 결혼 예식, 결혼 출발 시점의 경제적 지원도 모두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중한 부담 때문에 자녀 출산은 현명한 선택이 되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전제는 우리 사회를 더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타국으로 이민 가는 사람들의 사정은 모두 다르겠지만 “차별과 편견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인정, 피부색과 민족, 그리고 장애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 자유주의적 개인에 대한 존중, 개인의 행동에 대한 폭넓은 관용 등을 우리 사회가 먼저 만들어야 한다. 비록 공부를 잘 하지 못해도,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개인의 선택에 의한 개성적인 행동을 해도, 어떤 피부색과 외모를 가지고 있어도 차별 없이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출산율을 높일 수도 있고 이민을 많이 오고 싶어하는 나라로 만들 수 있다. 출산율은 가임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문제라는 점을 곱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