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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 정약용을 통해 본 ‘실학형’ 관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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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방활력연대 작성일 24-03-25 17:25 조회 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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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8 회

정약용을 통해 본 ‘실학형’ 관료의 모습

수원화성 공사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 바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이다. 수원화성의 특징은 이 책에 실린 ‘어제성화주략(御製城華籌略)’이란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임금이 수원화성을 축성하기 위한 기본 지침’이란 뜻으로 정조가 쓴 것처럼 되어 있지만, 실은 다산 정약용이 쓴 ‘성설(城說)’을 채용한 것이다. 다산은 이밖에도 ‘옹성도설’·‘포루도설’·‘기중도설’ 등 여러 도설을 지었다. 모두 정조의 명에 따라 정조가 내려준 여러 서적을 연구하여 내놓은 결과물이었다.

정조가 나이 31세의 젊은 관료 다산에게 이런 임무를 맡긴 것은, 이미 한강 배다리 프로젝트에서 다산의 재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득 엉뚱한 질문이 떠오른다. 다산은 문과형인가 이과형인가? 요즘의 분과학문 기준으로 보면 다산은 분명 문과 출신인데, 수원 화성 공사에서 보여준 능력은 이과로 분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다산은 문·이과 통합형 인재였다고 할 수 있다.

다산은 각론에 강했던 실무능력자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배봉산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기고 ‘현륭원’이라 이름을 붙였다. 현륭원을 조성하면서 많은 나무를 심었다. 정조가 다산에게 식목 장부를 주면서 명령을 내렸다. “7년 동안 8읍에서 현륭원에 나무를 심은 장부가 수레에 실으면 소가 끌기 힘들 정도로 많은데,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되 1권이 넘지 않게 하라.”

다산은 7년을 가로 12칸으로, 8읍을 세로 8칸으로 배열한 표를 만들었다. 현륭원에 모인 나무 숫자를 기록한 ‘식목연표’를 만든 것이다. 정조는 책 한 권이 넘어갈까 걱정했는데 종이 한 장으로 마무리했다며, 다산의 일처리에 감탄했다. 표라는 형식에 밝았던 다산,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필시 엑셀을 능숙하게 다루지 않았을까!

다산의 강진 유배생활이 어언 16년째 되던 해, 아버지의 유배가 풀리길 노력하던 아들이 편지를 보내왔다. 가장 강경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로 애걸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다산은 천하의 두 기준과 네 등급을 이야기했다. “하나는 ‘옳음과 그름’이라는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이득과 손해’라는 기준이다. 여기서 네 가지 등급이 생긴다. 옳음을 지켜 이득을 얻는 것이 최상이다. 그 다음은 옳음을 지키다 손해를 입는 것이다. …”

다산은 아들의 제안이 그름을 추구해 이득을 얻는 3등급을 구하려는 것인데, 필경은 그름을 추구하다가 손해를 입는 4등급이 되고 말 것이라며, 아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여기서 두 개의 기준으로 네 개의 구분을 만드는 것이 좀 낯익지 않은가. 가령 SWOT이 그것이다. 주체와 환경의 두 요소로 나누고, 주체의 강점(S)과 약점(W), 환경의 기회요소(O)와 위협요소(T)로 나누어 분석하는 유용한 틀이다. 다산은 이러한 2*2의 분석틀을 필요한 상황에서 활용했던 것이다.

다산의 《경세유표》는 반계 유형원의 《반계수록》을 계승했다. 실학의 비조인 반계 유형원은 《반계수록》 서문에서 이런 지적을 한 적이 있다. 대체(大體)를 안다는 유학자가 세상을 위해 일을 해보고자 하는데, 막상 일에 착수해서는 결함이 많아 결국 낭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각론이 뒷받침되지 않고 총론만으로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경세유표》는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개혁론으로, 일종의 각론이라 할 수 있다.

도의(가치관)와 실무능력을 겸비

다산의 《목민심서》는 필드 매뉴얼로서 면모가 완연하다. 첫 편이 부임(赴任), 즉 임명장을 받아 부임할 때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마지막 편이 해관(解官), 즉 임기를 마치고 근무지를 떠나는 상황으로 끝난다. 시간의 진행에 따라 목민관이 겪고 대처해야 할 상황을 담은 것이다. 이 밖에도 수첩을 잘 활용하라, 정보가 담긴 관할 지도를 만들어 벽에 붙여놓아라 등등 각론이 꼼꼼하다.

그런데 《목민심서》가 다른 목민서들과 격이 다른 것은 총론에서 찾을 수 있다. 율기·봉공·애민의 세 가지를 기본 가치로 제시하고 있는데, 각각 지방관 스스로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 임무수행을 공적인 기준에 맞게 하는 것, 민본적 가치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다산은 총론과 각론 모두에 충실했다.

아무리 좋은 가치도 구체적 제도나 실무능력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다른 한편, 주어진 실무만 처리할 뿐 그것이 갖는 공동체적 가치를 몰각한다면, 자칫 무도한 사회의 조력자로 전락할 수 있다. 다산은 당시 공동체적 가치에 입각해서, 구체적 일에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실무능력을 갖춘 관료였다. 도의(道義)와 실무능력을 겸비한 관료야말로 ‘실학형’ 관료의 상이라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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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필자인 제가 3월부터 다산연구소 대표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5년만에 돌아온 것입니다. 제가 앞으로 일하면서 중요시할 키워드는 ‘온라인’, ‘네트워크’, ‘협업’, ‘에듀투어’, ‘실사구시’ 등입니다. 다산연구소와 함께하는 여러분에게 감사하며, 더 많은 분이 회원과 협력자로 함께하길 바랍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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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 태 희(다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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