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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한승원 작가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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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방활력연대 작성일 21-04-05 08:46 조회 2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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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작가의 글쓰기

 

글쓰기는 존재 이유이자 삶의 원동력

한승원 작가 등단 55주년 맞아 자서전 산돌키우기발간

숙명적 글쓰기에 대한 단상작가의 지난 인생 오롯이 담겨

딸 한강 작가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20210405() 광주일보

 

글을 쓰는 한 살아 있고, 살아 있는 한 글을 쓸 것이다.”

 

한승원 작가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때 꼭 그렇게 말한다. 글을 쓰는 자체가 삶의 원동력이자 존재 이유라는 의미다. 어쩌면 한 생을 모두 바쳐 이야기를 쓰고 이야기로 구원을 받은 작가만이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소설가 한승원을 가리키는 수사는 많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현대문학상과 이상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우리시대의 거목 등 대부분 글쓰기 장인의 삶을 살아온 이에게 붙여지는 헌사가 주를 이룬다.

 

 

작가 한승원이 최근 작가로서 단 한권일 수밖에 없는 자서전을 펴냈다. 올해로 등단 55주년을 맞아 발간한 산돌 키우기’(문학동네)는 구도자와도 같은 글을 써왔던 작가의 지난 인생을 오롯이 담고 있다.

 

현재 작가는 고향인 장흥 해산토굴에 머물며 여전히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자는 최근 한 소설가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일 년에 한두 차례 통화를 하지만, 이번에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기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 우리나이로 85세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그럼에도 글에 대한 열망은 여느 문학청년에 비할 바 아니었다. 여전히 그는 소설의 힘, 아니 이야기의 힘을 믿는 영원한 현역 작가였다.

 

이번 자서전을 관통하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다. 이야기의 힘이 나를 있게 했고 그것이 나를 건설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저술자가 그랬듯 내가 이야기를 통해 삶의 빛을 얻었고 순전히 이야기 힘으로 살아왔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작가는 솔잎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설화 속 고려장이야기를 예로 들며 어머니가 돌아갈 아들을 위해 산길 곳곳마다 솔잎을 뿌려 놓는 심정을 빗댔다.

 

내 삶을 정리하는 한편 후배들에게 솔잎을 뿌려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말이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한 작가는 두 작가(한강·한규호)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번 책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글을 쓰면서도 한편으로 문단의 선배 작가로 후배 작가들을 위한 마음도 담았다.

 

“‘라는 생명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구에게 어떤 호혜를 입으며 성장했는지 말하고 싶었다. 또한 언제 무슨 상처를 입고 그것이 어떤 흉터와 트라우마, 다시 말해 어떤 무늬와 옹이들로 이어졌는지도 말이다. 결국은 그것들이 내 사상과 삶의 역정을 어떻게 굴절시켰고, 지금은 어떤 자세로 또 외계로의 먼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진술하고자 한다.”

 

자서전에는 태몽 이야기부터 할아버지와의 관계 등도 담겨 있다. 현실적인 아버지와 대비되는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작가에게 이야기와 글의 신비를 알려주었다.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지혜와 통찰이 담긴 도깨비 이야기, 여유 이야기 등은 유산이라는 말로도 집약될 수 있다.

 

작가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세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특히 글로벌화 돼가는 자본주의 양태에 대한 일침은 적잖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는 많은 이들이 부동산으로 힘들어 하는데 이것은 명백히 탐욕과 허영이 빚은 결과라며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를 정의라고 정당화하는데, 사실은 많이 가진 자들의 탐욕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의선사가 지은 일지암이라는 암자의 뜻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뱁새는 한 마음으로 살기 때문에 한 가지만 있어도 편하다는 뜻에서 일지암(一枝庵)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작가는 끊임없는 배움의 자세와 진리를 강조했다. 배우고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의 중요성을 나지막이 그러나 분명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이념이나 정의를 위해 글을 쓰지 말고 진리를 위해 써야 한다. 정의는 불의를 이기지만 반드시 적을 만든다. 백 사람 천 사람의 친구보다 한 사람의 적이 더 무서운 것이다. 그 어떠한 정의도 진리를 이길 수 없다. 정의는 진정한 평화를 만들지 못한다. 참된 평화를 만드는 것은 진리다.”

 

이처럼 자서전에는 작가로, 아버지로, 선배로,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후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살아내며 쓰고, 쓰면서 살아낸 이야기는 그의 고향 장흥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반짝이며 신비롭다.

 

그의 딸 작가 한강은 추천사에서 반짝이는 석영 같은 이 페이지들 사이를 서성이고 미끄러지며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얼마나 척박한 흙을 밀고 그가 기어이 꽃을 꽃피었는지. 그걸 가능하게 한 글쓰기가 그의 종교였음을. 그토록 작고 부드러운 이해의 순간이 나에게는 중요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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