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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나주 정촌고분의 주인공은 여성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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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방활력연대 작성일 21-02-17 14:53 조회 1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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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정촌고분의 주인공은 여성이었을까?

20210216() 광주일보

성윤길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

 

얼마 전 모 언론매체를 통해 고인류의 남녀 역할에 대한 이상희 교수(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캠퍼스 인류학과)의 기고문을 접한 적이 있다. 남성은 체력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수렵을, 여성은 신체적 특성상 육아를 담당하였다는 고인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사회적 렌즈를 끼고 바라보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고인류가 성별 분업을 했다는 증거도, 여성은 출산·육아만 담당했다는 증거도, 남성은 나머지 일에만 전념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한 것이다.

 

 

박물관 전시실에 가면, 역사시대 이전 코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형, 즉 남자는 창을 들고 야생동물을 잡고, 여자는 아이를 안고 있거나, 음식을 만들고 있는 형상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몇 해 전 개봉한 영화 원더 우먼은 우리가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을 여지없이 깨트리는 여성 영웅(Hero)을 그린 것으로, ()의 무리에 맞서 거침없이 싸우는 여전사의 이미지가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 있다.

 

이 같은 고인류의 성 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반전이 우리나라 고대 역사에서 확인된다면 어떨까?

 

바로 나주 복암리에 있는 정촌고분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촌고분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발굴 조사되었는데, 2014년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금동신발이 출토되었다. 이 금동신발은 현재 남아 있는 20여 점 중 가장 완전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좌우측판과 바닥판은 다양한 문양으로 장식되었다.

그중 뱀처럼 긴 신체의 양쪽 끝에 사람 형상의 머리 두 개가 연결된 일신양두(一身兩頭) 문양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현재까지 보고된 금동신발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 문양과 거의 동일한 형태가 고구려 벽화고분 중 천왕지신총(天王地神塚)에서 확인되었다. 팔각형의 널방(玄室) 천정 북쪽에 그려진 지신(地神)은 뱀처럼 긴 신체 주변에 지신’(地神)이라는 묵서명이 있어서, 이 문양이 지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왕지신총이라는 명칭은 이 고분에 천왕’(天王)지신’(地神)이 그려졌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천왕이 그려진 곳에도 역시 천왕’(天王)이라는 명문이 있다.

 

우리네의 전통적인 관념으로, 음양(陰陽)의 조화를 나타내는 하늘은 양기(陽氣), 땅은 음기(陰氣)’라거나 하늘은 남자, 땅은 여자라는 인식이 있다. 그렇다면 금동신발에 천왕은 없고 지신만 확인된다는 것은 이 신발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의미일까?

 

실제로 정촌고분 1호 석실에서는 목관 3개와 인골 2개체분이 확인되었다. 인골 중 1개체분은 석실 중앙에 위치한 3호 목관의 것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여성으로 밝혀졌으며, 금동신발은 3호 목관에서 출토되었다. 결과적으로 3호 목관에 매장되었던 사람은 여성임과 동시에 금동신발을 신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3호 목관 동쪽에서 출토된 금동장신구의 잔편들이 금동관 편일 수 있다는 최근 연구 성과가 있어, 이 여성이 금동신발은 물론 금동관과 함께 매장되었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기존에 발굴 조사되었던 고분 출토품 중 무기류 즉 환두대도(고리손잡이큰칼), 장식대도(장식큰칼), 장식철도자(장식쇠손칼)나 마구류(馬具類) 등이 출토되면 대부분 그 피장자는 남성으로, 금속제 귀걸이(金銅耳飾)나 구슬류 등 장신구가 출토되면 여성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정촌고분 3호 목관 주변에서도 무기류인 소환두도(작은고리손잡이칼), 철도자(쇠손칼)와 장신구인 귀걸이(耳飾), 구슬류가 출토되었다. 하지만 자연과학적인 분석에 의해 3호 목관의 인골이 여성으로 밝혀지면서, 그동안 출토품의 성격에 따라 피장자 성별을 구분하였던 기존 조사 방법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듯 하다.

 

금동신발에 장식된 여러 문양에는 청동녹과 함께 부식되어 알아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어 천왕의 문양이 있었는지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하지만 금동신발에 지신의 문양만 있다고 한다면, 정촌고분 1호 석실은 금동신발을 신었던 여성이 주인공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여겨왔던 성() 역할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는 유연하게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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