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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환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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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방활력연대 작성일 21-11-11 18:04 조회 5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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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에 대하여

세종 이야기 181

2021.11.11

  

서울숲양현재 대표 권혜진

 

고백부터 하면 필자도 누군가를 환대하는 일에 자신이 없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반갑게 인사해주고 가볍게 안부를 묻는 정도는 아무나 한다. 누군가에게 환대인가 아닌가는 그 사람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바가 결정하지만 일상적인 인사 정도를 환대라고까지 하지는 않는다. 환대했어야 할 일은 상황이 끝난 뒤 즉 헤어진 뒤에야 깨닫게 될 때가 많다. 서로 바쁘고 지쳤고 어색하다는 핑계로 순간 순간 했더라면 좋았을 무언가 생략하기를 쉽게 저지르다보니(!) 환대를 특별히 진지하게 여길 일 자체가 드물어진다. 사회생활이란 늘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지는 것도 아니고, 내 기분 추스르기도 잘 안되는데 남을 위한 대단한 환대씩이나.

그런데 모두들 희구하는 사람 사는 세상에 마땅히 있어야 할 듯한 따뜻함이라든지, 누구나 강조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실제로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배려의 심각성이 상기될 때마다 남을 환대하는 일부터 하나씩 들여다볼 필요성을 느낀다. 환대는 따뜻함이나 배려 같은 좋고도 막연한 개념을 적절히 구체화시켜주는 타인과의 첫 만남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뻐하며 미리 갖추어놓고 기다림

생각을 정리하는 김에 환대가 무슨 뜻인지 찾아본다. 손님을 환영하고 잘 대접한다는 개념은 전통사회에도 있었지만 아마도 환대(歡待)’라는 단어 자체는 ‘hospitality(호스피탤리티)’의 번역어로 처음 만들어진 말일 듯 하다. 최초 번역을 누가 했는지는 다른 이야기이니 일단 괄호 속에 넣어둔다.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hospitality’란 손님(guests and visitors)이나 이방인(strangers)에 대한 우호적이고(friendly) 넉넉한(generous) 응접(reception)과 향응 제공(entertainment)이다. 지금 환대에 대해 개념사적 문화사적으로까지 더 파고들 일은 아니지만 ‘hospitality’는 일단 구체적인 응대 행위를 가리킨다. 구체적 행위 없이 머리 속 생각만으로 존재하는 어떤 태도를 ‘hospitality’라고 하지는 않는 듯 하다. ‘hospitality’는 실행이다. 국어사전에는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함이라고 나와 있다. 누구를 그렇게 대접한다는 말인지 목적어가 빠져 있지만 어쨌든 일상적으로 환대라는 말이 쓰이는 맥락을 바탕으로 어림짐작할 수 있는 뜻과 같다. 아무래도 이 정도로는 환대에 대해 내가 찝찝해하는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좀 더 찾아본다. 이제부터 답은 사전이 알려주지 않고,

내가 직접 찾아보면서 깨닫고 해석해야 한다. ‘()’기뻐하다’ ‘좋아하다’ ‘즐거워하다라는 뜻이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주체는 누구이어야 할까? ()는 뜻이 많은 동사인데 기본적인 기다린다는 뜻도 그냥 막연한 기다림도 되지만 일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갖추어놓고 기다린다는 함의가 있고 대비하다’ ‘모시다’ ‘돕다’ ‘의지하다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여기서 나는 환대의 본질이 명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하는 주체는 손님이 아니다. 바로 손님을 대하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 내가 진심으로 기쁘지 않은데 손님을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그런 직업이 따로 있다. 내 기분과 상관 없이 상대방을 기쁘게 해야 하는 광대즉 그 일을 생업으로 하는 프로페셔널이다. 내가 상대방을 고객으로서 계약을 전제로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면 내 진심 문제는 순수한 환대의 본질이다. 환대는 상대를 어떻게든 기쁘게 만들기가 아니라, ‘내가 기쁨이 상대에게 전해짐이다. ‘()’에서도 내가 늘 놓쳤던 바를 깨닫는다. 하염없이, 다시 말해 준비 없이 기다리다가 들이닥친 손님 눈치를 살펴가면서 당장 무엇을 제공할 지 머리를 굴린다면, 실은 그 상황을 적당히 모면할 방안에 골몰하는 수준이라면 이미 환대에서 멀어진다. 나에 대한 손님의 경험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심하면 치명적인 흠집이 날 수도 있다. 그때 그때 손님이 원하는 바에 맞춰 순발력을 발휘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돌아보면,

늘 후회는 손님에게 제공하고 싶은바 혹은 충분히 제공할 수 있었던바를 사전에 갖추어놓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다. 미리 좀 준비해두었더라면! 그러면 환대라는 행위가 가리키는 본질은 무엇일까? 미리 헤아려 준비함이다. 그러려면 상대방을 잘 알아야 한다. 상대방이 나를 만나기까지, 그 직전까지 거쳐왔을 여정을 원경(遠景)으로 또는 근경(近景)으로 헤아리며 내가 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떠올려보는 과정. 조금 더 마음을 쓴다면 상대방의 그 다음 미래까지 생각해서 챙겨줄 수 있는 것이라면 아무리 별거 아니라도 미리 신경써줌이 환대다. ‘내가 진심으로 기쁨그리고 사전에 헤아려 실질적 도움을 준비함둘 중 하나가 결여된다면 사실상 상대방에게는 냉대(冷待)나 박대(薄待) 받은 기억이 남게 될 지도 모른다. 쿨하게 잊어준다면 다행이련만!

 

상대방 인정하기

현실적으로 마음대로 살아도 되는(?) ‘수퍼갑이 아닌 한, 대체로 적당히 상대방을 만나는 기쁨을 연출할 줄도 알아야 한다. 적절한 표정연기조차 할 줄 모르면 같이 지내기 좋은 사회생활자가 아니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은 정말 중요하다. 매사 가식덩어리인 사람은 어차피 사회생활을 튼튼하게 영위하기 어려워지니 가식덩어리로 오해받을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본다.

오히려 정말 어려운 문제는 내가 상대방을 진심으로 수용하는가에 있는 듯 하다. 나를 위해 오락이나 편의를 준비할 여유가 정말로 없었더라도 상대방이 나를 존중해야 할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이 부지불식간에 내비친 표정이나 자세, 말하는 뉘앙스 그리고 말로 한 바와 맞추어 실제로 이행되는 구체적 조치[follow-ups]’에 대한 체험 등이 나에 대한 존중이 진실한지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 입증해준다. 환대에 쓴 돈이나 시간, 희소한 기회 제공 같은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는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요소들을 정말로 값지고 빛나게 하는 더 중요한 관건은 상대방이 나에게 실질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바를 생각해 베푸는지 여부다. 내가 정말로 흔쾌히 부담없이 받을 수 있는 환대, 내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바를 알아주는 환대가 나에게 의미 있는 환대다. 여기서 상대방이 정말로 내 입장에 공감해 내 기쁨이 어디에서 기인할 수 있을지 내 입장에서 헤아리는 진짜 실력을 목격케 된다. 여기서 감탄과 실망이 갈리고, 행복과 좌절이 갈린다.

 

를 내려놓고

진정한 환대의 출발점인 상대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란 왜 그렇게 어려울까? 단순히 상대방이 나와 다름때문에 느끼는 근원적 이질감 때문일까? 필자가 만족스런 환대에 실패한 경험을 되새겨보면 대체로 내가 무엇인가에 붙잡혀 있어서 환대에 실패했던 것 같다. 우선 상대방이 아닌 내가 당장 끝내야 할 일에 정신이 붙잡혀 있었다. 상대방이 아닌 상대방에게서 내가 얻어내야 할 무엇인가에 쫓겨 그보다 더 큰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 상대방과 즐거움을 나누는 법에 대한 상상력이 생길 리 없었다. 상대방의 과거 행적에 대한 편견도 내가 환대할 마음의 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손놓게 만든 원인 중 하나였다. 또 사람들의 시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스타일이면서도 막상 누군가를 만나게 되었을 때는 내 모습을 챙기느라 허둥지둥했다. 생각해보면 평소에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사리(事理)의 기본이 평소에 사람 사이 가꾸는 일임을 간과했다. 내가 내 좁다란 과거 경험과 의지로 어떻게 하려고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겪어 온 여정과 필요 헤아림을 통해서 내가 나를 쓰려고 했어야 했다.

 

환대의 기술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우선 필자가 잘 놓쳤던 사항들을 중심으로 환대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환대하는 능력이 곧 내 인격은 물론이고 상대방 인격을 지키고 높일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며 일을 잘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지혜라는 인식을 갖게 된 사례들을 많이 나누고 배워 실행함으로써만이 우리 사회가 진정 실질적으로 변화되고 격이 높아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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